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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너의 침묵이 내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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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사랑했죠
부서진 유리처럼 날카로운 나를
매번 다치면서도 끝내 놓지 않았죠

나는 몰랐어요
그 따뜻한 손끝이 얼마나 많은 밤을 울렸는지
당신이 삼킨 한숨의 무게가
어떻게 내 웃음으로 바뀌었는지

사랑이란 말,
그토록 쉬워 보였는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인내가 숨었는지
당신이 말없이 가르쳐줬어요

당신은 뒤에서 걸었죠
내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
한 발 뒤로, 또 한 발 뒤로
그렇게 내가 먼저 가는 척하게 했죠

나를 지켜주려 했던 침묵이
그토록 깊은 줄,
그 침묵 안에 묻어둔 말들이
때로는 울음보다 더 날카롭다는 걸
나는 오래 걸려 알아냈어요

이제야 생각해요
왜 나를 보며 그렇게 자주 웃었는지
그 웃음이 얼마나 많은 울음을 지워낸 흔적인지

내가 등 돌리면
당신은 밤하늘이 되어
그 어두움 속에서 별이 되어주었어요
비춰야 할 내가 어둡기만 했는데
당신은 끝까지 나를 비췄어요

상처를 안고도 사랑하는 일,
그 깊이를 나는 이제야 깨달아요

당신이 지운 내 눈물 자국마다
이제는 당신의 흔적이 남아
나는 나를 볼 때마다
당신을 봐요

미안해요
그 말조차 늦었지만
당신은 아마 또 괜찮다고 하겠죠

괜찮다는 말,
당신이 나에게 가장 자주 해줬던 그 말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들려줄 차례인데

당신이 없는 이 방에서
나는 그 말을 연습해요
수백 번, 수천 번
당신을 부르듯이

이제야 사랑을 알 것 같아요
헤어진 지금에서야

사랑은…
내가 울 때 함께 울어주는 사람보다,
내가 웃을 수 있도록
혼자 우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깊이를 모르고
나는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당신 곁에 있었네요

당신이 흘린 눈물의 깊이,
내가 짓던 무심함의 깊이
그리고 이제
그리움이 된 시간의 깊이까지

모두 합쳐도
당신이 날 사랑한 깊이만큼
닿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도
나는 그 깊이를 걸어요
하루씩, 조용히, 혼자서

언제나 그랬듯
당신이 내 뒤를 걸어오고 있다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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