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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달 밝은 밤,
소슬바람 머무르니
서리 낀 뜰 끝자락,
발끝 소리 자취 없다.
천년을 돌던 마음
하룻밤 눈물 속에 젖네.
고요한 불빛 아래
책 한 권 펴 놓으니라
글자마다 그대 숨고
종잇결에 맺힌 숨결
붓 끝에 다 닿지 못해
바람으로 흩어지네.
어이해 봄이 와도
내 가슴은 푸르지 못하나
햇살은 고운 얼굴,
미소 지닌 한 사람에
가닿지 못한 사연
버들가지 스미듯 흐르네.
검 가졌던 옛 손길
이제는 꽃을 잡고저
피지 않아도 좋고,
져도 또한 괜찮으니
그 손끝 닿은 기억
그 하나면 족하도다.
세상은 덧없다 해도
인연만은 지극하여
무심한 듯 지내다도
저녁노을 머무를 때
이름 없이 부르리라
그대라는 글자 없이.
저 달은 무어라 하는고
밤마다 등 뒤에 서서
멀리서 나를 비추고
가까이 오지 못하네
그 또한 내 마음이라
떠날 수도, 머물 수도.
한 생은 다 저물고
또 다른 생 기다릴 제
봄비에 젖은 대지
그 자락 끝머리에
혹시 그대 서 있을까
나는 다시 눈을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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