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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파마머리
이마엔 볕에 익은 주름이 피고,
봄바람보다 먼저 일어난 사람
우리 엄마는
몸빼바지에 인생을 꿰매고 다녔다.
시장 바닥 물기 밟으며
파란 실리콘 슬리퍼는
엄마 발등 위에서 자랐다.
한 켤레로 여름을 버티고
겨울마저 데워주던
그 파란 슬리퍼...
손에 들린 비닐봉투엔
밥보다 먼저 걱정이 담겼고
등허리 휘는 것도 모르고
웃던 사람
아무도 안 불러도
내 마음이 먼저 부르는 이름,
늘 먼저 떠오르는 이름,
가장 크게 들리는 이름,
내가 울 때마다 저절로 새어 나오는,
“엄마.”
아침엔 내 이마를 쓰다듬던 손
저녁이면 김칫국 냄새 묻혀 돌아왔지
그 손이
이제는 내 기억을 쓰다듬는다.
그 파마머리
그 몸빼바지
그 슬리퍼 소리
이제는 다 바람에 섞여서
문득
눈물로 귀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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