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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이름 없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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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나는 매일
똑같은 신호에 갇힌다
빨간불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이 때로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 말이 맞다면
왜 우리는 자꾸 이유를 찾는 걸까
왜 오늘 아침,
내 커피는 유난히 쓴 걸까

나는 지금
이름 없는 하루의 목덜미를 붙잡고
눈치 보듯 살아간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익숙한 무표정을 연습하며

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은
어제보다 조금 더 흐릿하다
뉴스 속 통계처럼
나는 점점 숫자가 되어간다
'실업률', '자살률', '고령화'
그 안에 내가 있을까?

점심엔 김밥 두 줄,
저녁엔 편의점 도시락
누군가의 삶이 아니라
패턴 속의 소비가 되어간다
삶이란 결국,
남는 영수증의 무게인가

밤이 되면
이 도시의 불빛이 너무 밝아
별은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늘을 잘 올려다보지 않는다
눈부신 건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믿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의 말 한 줄에 걸려
넘어지고 싶어진다
“괜찮아”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가장 절실한 해답일 수 있음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오늘도,
이름 없는 날이 하나 지나간다
특별하지도, 기억되지도 않을
그 하루가
내 삶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문득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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