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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이라 했건만
꽃샘추위가 문턱을 붙잡고 놓질 않는다
매화가 피고 개나리가 고개를 들었건만
찬바람이 숨죽인 가지를 휘감는다
마른 논두렁에선 새싹이 움을 틔우고
길가 벚나무에도 분홍빛이 번지는데
겨울은 아직 떠나길 망설이는 듯
뒤돌아보며 손끝으로 계절을 만지작거린다
꽃샘추위는 시샘이 많아라
겨울을 배웅하며 남은 눈물을 뿌리고
새벽마다 얼음 장미를 피우며
봄을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러운 햇살을 풀어놓는다
얼었던 강물도 제 몸을 녹이며
서서히 흐름을 되찾는다
한 자락 바람이 지나고 나면
목련은 기지개를 켜고
살구꽃은 망울을 터뜨리리라
이내 바람결은 따뜻해지고
새들의 노래는 한층 밝아지리라
꽃샘추위여, 마지막 자락을 거두어라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려는 꽃들의 마음을 헤아려라
머지않아 이 땅 위엔
온통 꽃빛이 흐드러질 테니
너 또한 그 속에 묻혀 사라지리라
그러니 잠시만 머물러라
한때 우리 곁에 머물다 간
겨울의 흔적처럼
순간의 추위로 남아라
그리고 따스한 봄이 완연해질 때
아무렇지 않게 사라지거라
그렇게 계절은 다시 흐르고
우리는 또 한 번
봄을 맞이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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