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길을 걷다...
봄날의 바람은 언제나 보리밭부터 찾아온다. 햇살은 조용히 이랑에 내려앉고 연둣빛 보리들이 손짓하듯, 속삭이듯, 가볍게 몸을 흔든다. 나는 그 바람을 따라 오래된 고갯마루를 넘는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스며든 좁은 흙길, 그 길엔 낡은 기억들이 풀잎처럼 조용히 피어 있다. 지푸라기 냄새, 햇볕에 데워진 흙냄새, 오래된 마루처럼 따뜻한 바람이 코끝에 머무른다. 그 순간,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손, 아버지의 뒷모습이 가만히 마음속에 떠오른다. 보리밭은 아무 말 없지만 그 안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린 날, 누이와 소꿉놀이하던 낮, 아버지가 새참을 들고 오던 저녁, 해 질 무렵 손잡고 걷던 길목. 모든 장면이 지금도 그 자리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듯하다. 노을이 들판에 내려앉으면 보리는 황금빛으로 물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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