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아, 딸아,
그리고 아직 젊어
세상을 움켜쥐려 손을 뻗는 이들이여.
나는 긴 세월을 걸어오며
많은 것을 보았다.
권력의 옷자락을 휘날리며
천하가 자신을 따를 것이라 믿던 이들,
한때는 세상을 호령하던 소리들이
세월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메아리였는지
나는 똑똑히 보았다.
재물이란 것도 그러하다.
황금빛 방에 누워
온갖 보화를 모아 쌓은 자들,
손에 쥐면 쥘수록
더 큰 허기를 느끼며
결국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더구나.
권력은 모래알이다.
세차게 움켜쥐려 할수록
손바닥을 뚫고 흘러내린다.
재물은 바람이다.
순간은 시원히 불어오지만
금세 방향을 바꾸고
잡으려 손을 뻗으면
허공만 남긴다.
젊은이여,
그대는 혹시 생각하는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참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명예도 권세도
세월의 긴 강을 건너다 보면
강물에 흩어진 낙엽처럼 떠내려간다.
사람이 떠난 뒤,
그 이름이 한때 높이 새겨졌다 해도
돌 위의 이끼처럼 지워지고 마는 것을
나는 여러 차례 보았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곁에 있던 이들에게 남긴 따스한 말,
허기진 이를 먹여 살린 작은 손길,
외로운 자 곁에 앉아 나눈 한숨,
그리고 정직히 쌓아 올린 작은 믿음이다.
내가 늙어 돌아보니,
이것만이 끝내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가슴에 심겨
그의 자식에게로,
그 자식의 자식에게로 흘러가더구나.
세월은 바람과 같다.
젊은 날에는
끝없는 오르막길 같아 지쳐 쓰러지지만
돌아보면 한순간의 꿈이더라.
하루가 짧은 줄 모른 채 허비하다가
늙어서야 깨닫는다.
진정 붙잡아야 할 것은
세월 속에 남길 발자취라는 것을.
그대여,
권력은 모래알 같아 손에 담기지 않고,
재물은 바람 같아 품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을 다해 맺은 인연,
진실로 쌓은 믿음,
사람답게 지켜온 도리만이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어
그대의 삶을 지탱하리라.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허영의 불꽃에 눈 멀지 말아라.
불꽃은 한순간 타올라
밤하늘을 밝히지만
재만 남기고 꺼지리라.
그러나 등불은 작아도
긴 밤길을 끝까지 비추는 법이다.
나는 이제 삶의 저녁에 서서
뒤를 돌아본다.
내가 모은 재물은 흩어졌으나
내가 나눈 정은 남아 있더구나.
내가 움켜쥐려던 권력은 사라졌으나
내가 심은 믿음은 자라 있더구나.
젊은이여,
그대에게 바란다.
모래알을 움켜쥐려 애쓰기보다
그 모래 위에 정직히 길을 내어라.
바람을 잡으려 쫓기보다
그 바람에 돛을 세워라.
그러면 권력도, 재물도
그대를 배신하지 않고
오히려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기억하여라.
사람의 손은 움켜쥐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어주고 나누라고 주어진 것이다.
사람의 입은 명령을 외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로하고 가르치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발은 남을 짓밟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고 이끌라고 있는 것이다.
아들아, 딸아,
그리고 젊은이들이여.
나는 오래 살아온 자로서 말한다.
권력은 모래알, 재물은 바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는 나무와 같다.
그대가 진정 붙잡아야 할 것은
바로 그 마음이며,
그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이다.
그대가 남길 유산은
권력도, 재물도 아니다.
오직 그대가 살아온 날들의 흔적,
그 흔적에서 피어난 향기뿐이다.
프롤로그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보이는 결이 달라집니다.
젊을 적에는 권력을 잡는 것이 성공이라 믿었고, 재물을 모으는 것이 삶의 목표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긴 세월을 지나고 나니, 그것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후세를 향해 들려주고 싶은 제 마음을, 시 한 편으로 전합니다.
우리는 모두 잠시 이 땅에 머물다 가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권력과 재물은 결국 흩어지고 사라지지만,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 따뜻한 발자취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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