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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강 위로 번져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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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강물 위로 바람이 스며든다.
도시는 바쁘게 불빛을 켜지만
강은 오히려 더 깊게, 더 고요해진다.
물결 위에 부서진 햇살과 가로등 불빛이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반짝인다.

다리를 달려가는 차들의 소음이
어느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변하고
기차 창가에 기대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강 위에 흩어지는 별빛처럼 흔들린다.
그 얼굴마다 사연이 스며 있고
그 사연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서로 얽혀 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 다리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사람의 발걸음을 건너게 하고
시간의 무게마저 잠시 얹어 놓게 하지만
결국 강 저편에도 또 다른 강이 흐르고
그 너머에도 수많은 다리가 놓이리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다리를 걸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마음을 함께 걷는 셈이다.

한밤중 다리를 걷다 보면
낯선 이의 발소리가 내 그림자와 겹친다.
서로 아무 말 없지만
그 발소리가 내 마음을 건너오는 듯해
순간,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착각에 잠긴다.
그 착각 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고독과 내 외로움이
같은 물결 위를 떠다니고 있음을 느낀다.

강물은 지나가는 모든 것을 담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연인들의 속삭임,
홀로 걷는 발걸음의 흔적까지
모두가 물 위에서 부드럽게 번진다.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과거와 현재가 섞이고
잊고 있던 기억이 잠시 떠오른다.

새벽이면 다리는 더욱 쓸쓸해진다.
가로등 불빛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는 그 그림자 위를 천천히 걸으며
지난 날의 흔적과 마주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강 위를 건너가고
각자의 다리를 지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다리 하나를 놓고
서로의 마음을 닿게 한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무심히 스쳐가는 순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다리 하나가 놓여 있고
그 다리를 건너 서로의 마음이 닿을 때
비로소 우리는 길 위에서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잠깐의 발걸음, 한 번의 시선,
작은 손짓 속에서 번져간다.

강은 말이 없지만 모든 이야기를 담는다.
다리는 침묵하지만 모든 발걸음을 품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이 강 위의 길 한가운데 서서
잠시 멈춰 선 나의 시간을
바람에 흘려보낸다.
흐르는 물 위에 내 숨결이 스며들고
휘청이는 가로등 그림자 속에
내 마음이 떠다닌다.

끝내 닿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흐름 속에 내가 있고
흔들림 속에 내가 있고
그 위로 번져가는 이야기 속에
내 목소리 또한 스며들 테니.
오늘 지나간 강물처럼,
내 이야기는 언젠가 다른 이야기와 만나
서로를 비추며 잔잔히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강 위 다리는 단지 물리적인 길이 아니라
삶과 기억,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라는 것을.
그 길 위에서 나는 걷고
오늘도, 내일도,
무수히 많은 발걸음 속에서
조용히 나 자신과 만나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연결된다.

강 위로 번져가는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물결 위로 스미는 바람처럼,
빛으로 반짝이는 별빛처럼,
그리고 내 마음 속 깊이 스며드는
조용한 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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