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발자국 소리가 마당을 가른다.
새벽 풀잎 위 맺힌 이슬이 발끝에 묻고,
그 사소한 울음소리 하나가
온 집안의 고요를 흔든다.
너는 세상의 모든 무게를 모르고 태어나
그저 숨 쉬는 일만으로도
기쁨을 증명했다.
나는 매일의 무게에 짓눌려
숨조차 빡빡했으나,
너의 맑은 눈동자 하나가
나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냈다.
작은 꼬리 하나가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
나는 네게서 배운다.
흔들림은 반가움이고,
조금 느린 흔들림은 기다림이고,
땅을 긁는 발톱 소리는
사랑을 다잡는 맥박과도 같았다.
햇살이 뜨겁게 내려앉던 날,
너는 나를 보며 헐떡이고 있었다.
마치 "괜찮아, 나는 여기 있어"라며
말 없는 말을 건네는 듯했다.
나는 문득, 네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마음을 가진 존재임을 알았다.
너와 함께 걸었던 오솔길,
가을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던 날,
너는 멈추어 서서 오래도록 한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따라갔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너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읽는 존재라는 것을.
밤이면 내 곁에서 깊은 숨을 고르던 너,
그 고요한 호흡이 나를 위로했다.
세상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눈물,
너는 다 알고 있었다.
어깨에 올려둔 너의 따뜻한 턱 하나가
이 세상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묻는다.
너는 왜 그토록 짧은 생을 타고나는가.
너는 왜 늘 우리보다 먼저 떠나야만 하는가.
아마도 하늘은
사랑이 가장 뜨거운 순간에
그리움을 남겨두고자 해서일 것이다.
너를 처음 안았던 날의 떨림과,
너를 마지막으로 쓰다듬던 날의 울음이
내 안에 한 몸처럼 남아 있다.
시간은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
그건 너의 작은 발자국이 내 가슴에 새겨진 탓이다.
강생이야, 나의 벗이자 나의 그림자였던 너.
너는 짧은 생으로 나를 가르쳤다.
사랑은 조건 없는 것임을,
기다림은 끝내 보상받는 것임을,
그리고 작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일 수 있음을.
나는 오늘도 너를 부른다.
눈앞에는 없으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이름,
강생이, 나의 친구, 나의 빛.
너의 흔적이 스민 모든 계절을 안고
나는 살아간다.
너의 삶이 내게 남긴 노래를 따라
끝내 나도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날 때까지.
프롤로그....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건 거창한 성공도, 화려한 순간도 아닌 듯합니다.
문득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주는 작은 존재,
그 무조건적인 눈빛과 기다림, 그리고 함께 나눈 시간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곤 하지요.
오늘은 저와 함께했던 강생이(강아지)를 떠올리며
짧지만 깊었던 그 여정을 시로 담아보았습니다.
혹시 지금 곁에 있는 반려견을 사랑하는 마음,
또는 이미 하늘로 떠나보낸 이와의 추억이 있다면,
이 시가 작은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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