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반응형
728x90
여름이면 어김없이 퍼지던 풋풋한 향.
그 향은 단순한 김치 냄새가 아니라,
엄마의 여름, 아버지의 웃음,
그리고 내 어린 날의 시간이었다.
부엌 창문으로
낮은 햇살이 기울어 들던 오후,
엄마는 묵묵히 열무를 씻었다.
뿌리 끝의 흙냄새마저
그 손끝에서는 고향 냄새가 되었다.
큰 대야에 고운 소금을 풀고
푸른 잎들이 물에 몸을 맡기면,
마치 여름이 통째로
그 속에서 숨 쉬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마루에 앉아
풀벌레 소리를 듣고,
나는 부엌 문턱에 걸터앉아
물방울 튀는 엄마의 팔을 보았다.
그렇게 하루를 절여 두고,
파와 마늘, 고춧가루가 만나
한 그릇의 계절이 완성되면
부엌은 바다처럼 깊고,
들판처럼 넓었다.
삼시세끼
흰 쌀밥 위에
열무김치 한 줌,
자박한 된장 한 숟갈 얹어
숟가락을 비비면,
그 소리는 바람 같고,
그 맛은 웃음 같았다.
땀에 젖은 옷이 마르기도 전에
또 저녁이 오고,
별빛 아래서도
우리는 같은 밥상을 마주했다.
내 마음 속 여름은
아직도 그 대접 속에서
비벼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그 맛이 그립다.
아니, 그 손이…
그 손이 그립다.
728x90
반응형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광복 80년, 한 사람의 나이로... 님을 위해 쓴 자작시... (82) | 2025.08.15 |
|---|---|
| 벼이삭 사이로 불어오는 이야기... (81) | 2025.08.14 |
| 붉은 심장... (80) | 2025.08.12 |
| 아홉 골짜기 바람이여... (85) | 2025.08.11 |
| 8월의 숨결... (80) | 2025.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