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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무궁화여, 이 강산의 심장을 안고 피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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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風이 이끄는 하늘가에
소리 없이 피어오른 그대,
무궁이라 일컫는 꽃이여,
그대는 어느 때로부터 이 강토에 머물렀느냐.

삼한의 옛터엔
삼천리 금수강산을 감싸며
해마다 잊지 않고 피고 또 피는
한 송이의 정성, 한 떨기 넋이 있었으니,

그대 이름 무궁화,
무한無限한 뜻을 품고
피고 지며 또다시 피어나
결코 시들지 아니하고,
결코 꺾이지 아니하였도다.

어느 날엔 고려의 궁정 뜨락에 그대 심었고,
조선의 선비가 시첩에 그려올리며
뜻을 기리고, 정신을 적었나니,
한 송이 꽃에 나라의 넋을 담고자 함이었도다.

그러나 구한말의 바람이 거세어
밖으론 강호의 이리가 으르렁이고
안으론 도탄에 백성이 꺼져갈 제,
그대는 더욱 깊이 뿌리 내리었도다.

징게 망청 강을 건너와
이 땅의 숨결을 끊으려 한 자들이
칼을 들어 썩은 뿌리 뽑고자 하나,
무궁화 그대는 한 송이 지면
또 한 송이 피어나며 저항하였느니라.

청년의 가슴에 달려
총알을 뚫고도 시들지 않았으며,
어미의 옷섶에 붙어
굶주림 속에서도 지워지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몸에서 꺼진 불씨를
또 다른 젊은 가슴이 이었고,
무궁화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다시금 그 모든 넋을 엮어 피었도다.

어이하여 그리도 조용한가.
비단빛이 아니며 향내가 짙지 않건마는,
그윽하도다.
바람에 허리를 숙이며도
굳건히 서있는 그 자태여.

그대의 고요함 속에 깃든
천만 백성의 눈물이었고,
그대의 붉은 심장 속에는
이 겨레의 분노와 인내가 서려 있도다.

봄이면 가지마다 소리 없이 맺히고,
여름이면 아침마다 다른 꽃이 피어나니,
그 어떤 시련도 그대를 꺾지 못하고,
그 어떤 폭풍도 그대를 말리지 못하도다.

무궁화여,
그대는 꽃이 아니요,
이 강산의 오래된 피요, 숨결이로다.
흙이 그대를 낳고,
백성이 그대를 길렀으며,
역사가 그대의 이름을 노래하였도다.

그러나 오늘날,
누구는 장미를 찾고,
누구는 국화를 귀히 여길 제,
이 땅의 진짜 꽃은
이름 없이 피고 또 피는
그대 무궁화임을 잊었는가.

그러니 이제는 우리,
다시금 그대를 노래해야 하리니,
아무리 작고 수수하다 하나
그 마음의 기품이
어느 꽃에 뒤지리요.

조선의 달빛 아래 피었고,
대한의 피바람 속에 피었으며,
오늘도 이 땅 어디에선가
조용히 피고 있는 무궁화여,
그대는 지지 않으리라.

무궁화여,
이 조국과 함께
천 번 피고 만 번 피어나
끝내는 영원으로 머무소서.

 

 

 

 

 

 

징게:
조선 말기 또는 민중 문학풍 시에서 만들어진 의성적·의미 불명의 조어, 특정 지역명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음. ‘징징거리다’처럼 어딘가 음산하고 불길한 느낌을 암시하는 의도로 해석
망청(罔聽):
한자로 해석하면 “들을 망(罔) + 들을 청(聽)”으로,
“말을 듣지 않음” 또는 “무지한 채 다가오는 자”를 상징.
즉, 이성 없는 침략자 또는 듣지 않고 덮쳐오는 세력을 비유.
“징게 망청 강” 
실제 강 이름이 아닌, 침략의 물결 혹은 재앙처럼 밀려온 외세를 상징하는 허구적 강 이름입니다.
마치 외세가 이 땅을 넘어온 길목을, 허구의 강 이름을 빌려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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