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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우리의 국민학교는 이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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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잘 지내고 있니?
문득 너희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우리 함께 걷던 그 길,
국민학교 운동장 끝 벚나무 아래,
그네 타며 순서를 기다리던 웃음소리들
그 풍경이
요즘 따라 자주 가슴을 적셔.

성인이 되고
처음 내 자동차가 생기던 날,
그 길을 따라
혼자 그 학교에 가보았어
누군가의 발걸음이 끊긴 교실,
가끔 먼지가 흩날리던 창틀,
낡은 나무책상 위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았지.

그땐 몰랐어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한 건지
교무실 문을 열며
혹시 선생님이 계실까,
헛되이 두리번거리고는
책걸상 하나씩 어루만졌지
우리 이름 적어 두었던 자리들,
무심히 색연필로 그어놓은 낙서들…

운동장엔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그네는 삐걱거리며 내게 말을 걸었어
“너 오랜만이구나…”
그 소리 하나에,
눈가가 따뜻하게 젖더라.

그 뒤로도 몇 번을 갔었어
아무도 없는데도
참 이상하게
늘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았지
소풍날 싸갔던 도시락 냄새,
함께 불렀던 교가,
지각할까 뛰어가던 아침 바람까지도
그 자리에 남아 있었거든.

하지만 이제는,
정말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그 벚나무도 베어지고,
교실도 철거되고
운동장엔 공장 담장이 들어섰대
흙냄새도, 분필 냄새도
다 사라져 버렸다고 해…

그래도 친구들아,
나는 믿고 싶어
그 시절 우리가 만든 웃음,
함께 울던 그 작은 슬픔들,
모두 우리 안에 남아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는 걸

혹시 너희도
가끔 그립니?
마지막 종 치고 나서
서로 손 흔들며 돌아섰던 그 뒷모습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니?

나는 말이야,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아
국민학교는 단지 학교가 아니었어
우리가 처음 사람을 사랑하고,
처음 세상을 배운
가장 순수한 시절의 이름이었지

이 시를 보는 너희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지금도 마음속에
작은 초록 운동장 하나쯤
간직하고 있기를 바래

우리 다시는
그 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기억은
누구도 철거하지 못하잖아

그러니 친구들아,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오면
한 번쯤 웃으며
이런 얘기를 나눠보자
“야, 너 그때 그네에서 떨어진 거 기억나?”
“아직도 그 도시락 반찬 생각난다”
“우리 반 그 별명 부자, 지금 뭐할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자

우리의 국민학교는
이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 마음 속엔
여전히
종이 울리고,
햇살이 내리고,
너희가 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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