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처럼 스쳐 간 세월의 길목에서
한 번의 눈짓으로 피어난 인연,
서로의 이름을 속삭이며
꿈결 같은 청춘을 지나왔네.
1998년의 두 젊은 영혼,
한순간의 떨림으로 시작된 사랑은
세상이라는 벽 앞에서
잠시 멈춰 서야 했지만
그 마음은 결코 잊히지 못했네.
헤어짐 뒤로 수십 번의 계절이 흘렀고,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네.
그러나 세월은 잔인하지 않았다.
운명은 그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
23년 만의 재회를 허락했으니.
그토록 기다린 그날,
그는 먼 나라에서 전화를 걸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이제는 놓치지 않을게.”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늦은 사랑을 뜨겁게 불태웠다.
마치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듯,
서로의 빈 시간을 껴안으며
남은 날들을 함께 써 내려갔다.
하지만 운명은 다시 장난을 쳤네.
그녀는 예기치 못한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버렸고,
그는 홀로 남아
무너진 세상 한가운데 서 있었다.
묘비 앞에 무릎 꿇은 채
그는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다.
폭우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떠나간 연인을 껴안는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말한다.
“가장 깊은 사랑을 한 남자.”
그에게 세상은 이미 텅 비었고,
남은 건 그녀의 숨결이 깃든 그 자리뿐.
그는 오늘도 말없이 속삭인다.
“내가 가진 모든 시간은
이제 너를 위해만 흐른다.”
시간은 흐르지만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그의 눈빛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고,
그의 가슴 속에서
그녀는 아직 살아 있다.
아마 먼 훗날,
그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면
두 영혼은 다시 만나
처음처럼 서로를 부르겠지.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린 결국 함께였어,
시간을 돌아 멀리 왔지만
사랑은 한 번도 우리를 떠난 적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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