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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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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처럼,  
부엌에서의 웃음소리도,  
아침 햇살에 묻은 기름 냄새도,  
시간이 지나며 더 무겁고 따뜻해졌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  
그녀는 아직도 그 옷을 입고  
그 작은 집구석구석을 돌며  
숨 쉬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날이냐?”  
그가 물으면, 그녀는 미소 지으며  
저 멀리 나무 그늘 아래로 걸어가며  
“늘 똑같은 날이지”라며 대답했다.  
하지만 두 사람만 아는 그날의 비밀이 있다.  
아침마다, 저녁마다,  
서로를 떠나지 않으려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그저, 함께 시간을 채우는 그날.  

아이들도 모두 떠났고,  
길고 긴 세월이 흐르며,  
이제는 서로의 눈빛 속에서  
말없이 나누는 마음만이 남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신문을 펼치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찬밥을 데운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없어도,  
그들의 마음은 그 어느 날보다 뜨겁다.  

어느덧, 나이가 들었다고  
서로 자주 이야기했다.  
“우리, 얼마나 더 버틸까?”  
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였지만,  
그는 묵묵히 답했다.  
“내가 있으면, 넌 괜찮을 거야.”  

그러고 나서 또 몇 년이 흘렀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가 떠나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가 떠난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고,  
그녀의 하루는 다시 길어지고 길어졌다.  

그녀는 그를 떠나보낸 자리에서  
한 줄기 바람처럼 혼자서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그의 손길이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의 기억을 손에 쥐고  
다시 한번, 그 길을 걸었다.  

가끔 그녀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 세상의 끝이 오면  
그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곳에서,  
또다시, 그들은 손을 잡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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