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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말없이, 너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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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흐린 날씨가 조용히 내려앉고
그 아래, 너는 조용히 커피를 저었다
숟가락 끝에 담긴 고요함까지  
나는 온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날씨 참 애매하지?"  
네가 던진 말 한마디에  
내 속마음이 덜컥 들킨 것 같아  
괜히 창밖을 본다, 딴청을 부른다

우린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왠지 더 특별해지고 싶은 거리  
테이블 하나, 의자 두 개  
그 어색함이 나쁘지 않았다

너는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나는 물끄러미 너를 본다  
그 짧은 시선 하나에  
하루가 고요히 기울어간다

걷는 걸 좋아한다고 했던 너,  
그날 이후 나도 괜히 걸음이 많아졌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는 길  
말없이 나란히 걷는 사이  
소리 없는 무언가가 자꾸 자라났다

우산 하나에 어깨가 스쳤던 날  
심장은 그 빗소리보다도 더 크게 울리고  
내 말 한마디에 네 눈이 반짝일 때면  
나는 혼자, 멀리까지 다녀오곤 했다

"다음엔 내가 살게"  
너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그저 머뭇거렸다  
‘다음’을 기다리는 게 이렇게 간절해질 줄 몰랐거든

너는 가끔 내 맘을 모른 척하고  
나는 자주 너의 눈빛을 외운다  
손끝이 스칠 듯 말 듯,  
고백은 입술 끝에서 수없이 미끄러진다

이 감정이 어디로 흐를지 몰라도  
지금 너의 곁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난 너에게로 조용히 물들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지금 내 마음일 거야  
너에게 꼭 닿지 않아도  
나는 오늘도, 조용히 네 곁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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