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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는 겉으로는 몰라요.
익었는지, 아직 덜 익었는지.
겉은 늘 조용한 분홍빛인데
속은 어느 날,
단숨에 터져버릴 만큼 달아 있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딱 그랬어요.
당신이 내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속은 이미 무화과처럼 무너져 있었어요.
그 후로 나는
매일 익어가는 마음을 감추며
괜히 먼 길을 돌아서 걷고,
무심한 인사 뒤에 말을 삼켰고,
같이 웃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졌죠.
당신은 몰랐을 거예요.
내가 눈을 돌릴 때마다
속에서는 감정이 과하게 익어가는 걸.
당신의 말 한마디,
손끝 스치는 우연조차
나에겐 비가 오듯 내렸으니까요.
결국, 나는 그 마음을
말하지 않고 두었습니다.
무화과는 익었지만
누구의 손에도 닿지 못한 채
조용히 땅에 떨어지는 편을 택하니까요.
그리움은 말보다 오래 남고
말하지 않은 사랑은
더 오래 아프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습니다.
그러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말할 거예요.
무화과가 익기 전에,
내 마음을 꺼내 보여줄 거예요.
당신의 손이 아직 따뜻할 때,
그 안에 살며시 올려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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