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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무화과가 익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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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는 겉으로는 몰라요.  
익었는지, 아직 덜 익었는지.  
겉은 늘 조용한 분홍빛인데  
속은 어느 날,  
단숨에 터져버릴 만큼 달아 있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딱 그랬어요.  
당신이 내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속은 이미 무화과처럼 무너져 있었어요.  

그 후로 나는  
매일 익어가는 마음을 감추며  
괜히 먼 길을 돌아서 걷고,  
무심한 인사 뒤에 말을 삼켰고,  
같이 웃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졌죠.  

당신은 몰랐을 거예요.  
내가 눈을 돌릴 때마다  
속에서는 감정이 과하게 익어가는 걸.  
당신의 말 한마디,  
손끝 스치는 우연조차  
나에겐 비가 오듯 내렸으니까요.  

결국, 나는 그 마음을  
말하지 않고 두었습니다.  
무화과는 익었지만  
누구의 손에도 닿지 못한 채  
조용히 땅에 떨어지는 편을 택하니까요.  

그리움은 말보다 오래 남고  
말하지 않은 사랑은  
더 오래 아프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습니다.  

그러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말할 거예요.  
무화과가 익기 전에,  
내 마음을 꺼내 보여줄 거예요.  
당신의 손이 아직 따뜻할 때,  
그 안에 살며시 올려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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