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에도 그대는
늘 햇살을 등에 지고 나타났지.
고등학교 교실 끝 창가,
나는 조용히 그대의 뒷모습을 보았어.
가끔, 정말 가끔
그대가 나를 향해 웃을 때면
세상이 멈춘 듯했지.
그 미소 하나에 하루가 견뎌졌어.
나만 아는 이야기처럼
그대가 아프단 걸 알았어.
혼자 숨겨온 상처,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어.
그래서였을까.
내 마음이 더 깊어졌던 건.
웃는 얼굴 뒤편에 흐르던
그늘 같은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거든.
사랑은 종종,
시작도 못한 채 피어나는 꽃이 되지.
나는 수천 번 마음속으로 말했어.
"괜찮아, 너 힘들었지.
내가 안아줄게."
하지만 말은
늘 입술 끝에서 멈췄어.
그대가 다른 곳을 향할수록
내 마음은 더욱 작아졌지.
그대를 좋아한다는 건,
그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비록 그 곁에 내가 없더라도,
그 웃음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였을까.
그대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는 내 마음을 꼭 안고
조용히, 조용히 뒤로 물러났지.
사랑은 때로
아무 말 없이 존재하는 것.
그대를 이해하고,
기다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
나는 그런 사랑을 배웠어.
그대에게서.
밤하늘 별빛을 보며
나는 그대를 떠올려.
그대의 눈동자처럼 깊고 따뜻했던 밤.
내 안에서만 수없이 반복된 이름.
혹시라도 언젠가
그대가 지치고 외로울 때,
그저 기억해 줘.
어떤 사람이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고.
그 어떤 조건도 바라지 않고,
그 어떤 보답도 원하지 않은 채,
오직 너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다고 믿은 사랑이 있었다는 걸.
그 마음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고,
말없이 너를 바라보던,
작은 그림자 하나...
오래전부터 너를 사랑해 온
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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