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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봄비가 내린다,
긴 겨울 끝자락을 적시며
새순의 속삭임을 부르는 소리.
돌담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마다
따스한 기운이 스며든다.
비에 젖은 길을 걷는다.
차가운 듯 부드러운 바람이
볼을 스치고, 손끝을 감싸며
어느새 옷자락마저 눅눅해진다.
하지만 싫지 않다.
이 비는 어쩐지 마음을 닦아주는 것 같아서.
길모퉁이 목련이 고개를 든다.
빗방울을 머금은 채,
하얀 꽃잎이 조용히 떨리며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난다.
그 옆에서 개나리도, 진달래도
비를 맞으며 더 깊어지는 빛깔.
봄비가 내려서 좋다.
세상의 먼지를 씻어주고
메마른 가슴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니.
창가에 기대어 빗소리를 듣는다.
세상도, 마음도, 빗물 속에 맑아진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얼굴 하나.
비 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그 사람.
함께 우산을 나눠 쓰던 기억,
젖은 길 위에 나란히 남겨졌던 발자국,
소리 없이 주고받던 눈길.
지금은 어디에서 이 비를 맞고 있을까.
여전히 봄비를 좋아할까.
그리운 마음이 비와 함께 흐른다.
창밖을 바라보다 조용히 웃는다.
비가 그치면, 다시 꽃이 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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