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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돌티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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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많은 논,
푸른 산 아래 낮게 눕던 작은 돌티미 하나.

아버지의 경운기는
잠든 물살 대신 굳은 흙을 일으키며
논의 깊은 속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되었고,

엄마의 손바닥은
차갑게 박힌 돌을 품어 올리며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던 숨결을 깨워냈다.

누나들의 어린 손끝에서
돌은 한 알 한 알 눈물처럼 논둑에 쌓였고,
저물녘 바람은 그 위를 스칠 때마다
말없이 허리를 굽혀 지나갔다.

나는 그 옆에서
세상의 무게를 모른 채 놀던 작은 그림자였지만,
논물 대신 흙먼지가 오르던 그 자리에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기도와 숨이 배어 있었다.

햇빛이 한 줄기 내려앉던 어느 날,
돌티미는 조용히 꿈을 틔웠다.
버려진 땅이 아니라,
손으로 다시 태어난 논으로.

아버지의 땀,
엄마의 손결,
누나들의 낮은 숨이
돌처럼 단단해지던 그 순간,
논은 처음으로 속삭였다.

“나는 너희의 어깨를 알고,
너희의 마음을 기억한다.”

바람은 흙을 스치며
그 말을 멀리 데려갔지만,
그날의 빛과
그날의 땀방울과
그날의 침묵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돌을 품은 눈물처럼
천천히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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