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당진 #아름다운글 #당산나무 #고목나무 #마을수호신 #글 #시 #시편 #시조 #시집 #대포동918 썸네일형 리스트형 팽나무 그늘 아래... 한 마을 어귀에 선 너는 누가 심었는지도 모른 채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너의 가지는 굽어 있었고 등 굽은 노인의 뒷모습처럼 묵묵히 하루하루를 받아냈지 봄이면 연둣빛 솜털 같은 새잎을 틔우고 여름이면 바람을 끌어다 그늘을 만들며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로 가지를 흔들었고 가을이면 누구보다 먼저 하늘에 노랗게 불을 붙였으며 겨울이면 눈을 맞으며 조용히 늙어갔지 팽나무야 너의 뿌리는 얼마나 깊이 내려갔을까 몇 겹의 돌과 흙을 지나 이 마을의 시간을 붙잡고 있을까 아버지가 처음 논을 사들였을 때 할머니가 장에 다녀오던 길에 누이들이 서툰 웃음을 흘리며 학교를 가던 그날에도 너는 거기 있었겠지 굽은 가지 끝에 걸린 저녁노을은 다정한 이의 인사처럼 느릿하게 내려앉고 이따금 고라니가 지나는 산길 쪽을 조용히 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