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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아침 이슬을 가르며 길을 나섰다.
낡은 안장 위에 깊이 새겨진 자국,
그건 세월이 남긴 흔적이었다.
기름때 묻은 쇠사슬이 끼익 소리를 내도
아버지는 묵묵히 페달을 밟으셨다.
땀에 젖은 등, 굽은 어깨 위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어릴 적 나는 그 자전거 뒤에 타고
두 팔로 아버지를 꼭 끌어안았다.
덜컹거리는 길 위에서도
아버지의 등에선 늘 따뜻한 온기가 났다.
가끔은 바람이 차가워도
아버지의 등은 언제나 따뜻했다.
자전거가 기울어질 때면
나는 겁에 질려 더 꼭 안겼고
아버지는 웃으며 속도를 늦추셨다.
시간이 지나 나는 커버렸고
이제 아버지의 자전거는 녹이 슬었다.
창고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채
바퀴는 굴러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 자전거를 끌어내
먼지를 털고 체인에 기름을 발랐다.
어느새 내 손도 아버지를 닮아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버지의 자전거는 멈춘 적이 없었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바퀴는 조용히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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