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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때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먼지 자욱한 땅바닥 위,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오징어를 그렸다.
머리, 몸통, 다리, 꼬리...
손끝에서 부서지듯 그려지는 선들,
막대기로 땅에 긋던
그 선 하나에 생과 사를 걸었던
아이들의 진심이 있었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무릎이 찢어질 줄도 모르고
웃고, 뛰고, 넘어지고,
한 발로 건너던 징검다리 같은 룰.
"여기서 잡히면 안 돼!"
"다시 돌아가야 돼!"
외치던 목소리들,
그날의 하늘은 너무도 푸르고
햇살은 우리를 너무 많이 믿었다.
누군가는 수비였고
누군가는 공격이었다.
우정도, 자존심도,
다 그 좁은 선 안에서 뒤섞이며
오래도록 되뇌던 작전이 되었다.
다리 끝에서 머리까지...
딱 한 발 남겨두고 잡혔을 때,
눈물이 날 만큼 억울했지만
그 누구도 울지 않았다.
왜냐면, 우리는 진심이었으니까.
어머니의 저녁 짓는 연기 속에서도
우린 아직 게임을 멈추지 못했고,
기억의 모서리에 걸린 웃음소리처럼
지금도 누군가의 가슴 한 켠엔
그 날의 오징어가 살아 있다.
이젠 다 컸다.
흙바닥 대신 아스팔트를 밟고,
골목 대신 빌딩 사이를 걷는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은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그 오징어가 다시 그려진다.
희미한 선들 위로,
그때의 우리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름도 잊은 친구들이
다시 손을 뻗고
"됐어! 머리 점령했어!"
함성 속에 웃음 터지던 순간.
그 모든 기억은
지금도 나의 시간 속에 살아,
어쩌면
내가 가장 뜨겁게 살았던
유년의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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