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에게 보내는 편지...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서서히 붉은빛을 품습니다.
하루를 다 태운 듯한 색,
마치 뜨겁게 살아낸 인생의 뒷모습 같습니다.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릴 적엔 몰랐던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처음엔 그저 아름답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빛 속에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는 듯해
자꾸만 마음이 머뭅니다.
노을은 해가 저물기 전,
잠시 모든 것을 걸고 피어나는 빛이죠.
누구에게도 시끄럽게 굿바이 하지 않지만
그 존재는 누구보다 강렬하게 남습니다.
마치,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른의 뒷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 삶도 어쩌면
이 노을처럼 살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일같이 오르고, 매일같이 지고,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지는 그런 나날들.
누구나 뜨겁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고,
지나온 시간 속엔 말 못 한 고백과
끝내 붙잡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겠죠.
하지만 노을은 늘 말없이 말해줍니다.
그 모든 시간 역시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어느 날은 구름이 너무 짙어
노을을 볼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가 지지 않는 건 아니죠.
가려져 있을 뿐,
그 시간은 여전히 어김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때로는 눈부시게,
때로는 조용히 저물어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감정들이 스며드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면,
붉은 노을은 그 마지막을 가장 고운 색으로 남깁니다.
어느 날의 당신이
세상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이 노을빛처럼 잔잔하고 따뜻하게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괜찮은 삶일 것 같습니다.
붉은 하늘 아래,
오늘 하루를 천천히 내려놓으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을 건넵니다.
“오늘도 잘 살았구나,
지금 이대로도 참 괜찮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