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기억 속 그 시장...

daepodong918 2025. 3. 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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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다란 골목길 따라 
솥뚜껑보다 큰 호떡판이 지글지글 끓고
바삭한 튀김 옆으로 꼬불꼬불 어묵 국물이 피어오르던 곳.
엄마 손 꼭 잡고 따라가면
동전 한 닢 쥐여주며 “이것으로 달고나 사 먹어라”
하던 따뜻한 손길이 있던 곳.

비닐 천막 아래 바람이 새어도
숯불에 구운 군밤 한 봉지면 충분했던 시절,
떡집 앞에 놓인 모락모락 김 서린 유리창 속
고운 빛을 머금은 절편과 팥고물이
달달한 오후를 예고하던 날들.

시장 골목을 누비던 고양이 한 마리,
생선가게 앞에서 야옹야옹 울던 그 모습도
늘 한결같이 자리 잡고 있었고,
왁자지껄 흥정 소리 사이로
익숙한 구수한 사투리가 흐르던 그 풍경.

큰 길가 한복집 마네킹들은
언제나 단아하게 서 있었고,
포목점엔 엄마가 고르고 계신 무명천이
차곡차곡 접혀 쌓여 있었으며,
아버지의 낡은 구두를 고쳐주시던
구둣방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길이
오늘도 수선을 이어가던 곳.

손때 묻은 좌판 위에 나란히 줄 선
빨간 대야 속 고등어, 반짝이는 조기들,
하얀 가운 입은 정육점 사장님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썰어주신 돼지고기 한 근,
두 손 가득 들고 오던 엄마의 장바구니엔
언제나 우리의 저녁밥이 담겨 있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수레에
달콤한 솜사탕이 피어오르고,
줄지어 선 만화책 대여점 앞에서
친구들과 코 묻은 돈을 모아 
새 책 한 권을 빌리던 그 시절.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비닐봉지 속 바삭한 꽈배기 냄새도,
손바닥 가득 묻던 호떡 기름도,
뻥튀기 기계 앞에서 울리던 큰 소리도.

시간은 흘러가도 기억은 남아
어느 시장 모퉁이를 돌 때면
문득 떠오르는 그 시절의 온기,
어깨를 스치는 낯선 사람들의 체온조차
정겨웠던 그날의 시장.

오늘도 그 골목길을 거닐면
저만치서 들려올 것만 같다.
“에이, 깎아줘요 사장님~”
환하게 웃으며 두 손 내밀던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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