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적막한 길 위에...

daepodong918 2025. 6. 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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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찬 바람 속에
구름은 말없이 흘러가고
어디선가 종소리 외로이 울리도다

돌계단 젖은 이끼 위에
한 걸음 조심스레 옮길 적에
풀잎 끝 물방울도 숨을 삼키네

문득, 찬하늘 우러러
긴긴 세월 견뎌온 한 생을 생각하니
그 어찌 헛되이 스친 날 있으랴

산천도 잠든 이 밤
등불 한 자루 깜박이며
긴 고요 속 무언의 기도가 오르네

“허망하도다, 사람의 길이여
아침 이슬에 머물다 지는 꽃이로다
제 몸 지니고 살기도 버거웠거늘

세월 속 어찌하여
끝내 외로운 이 길을 걷게 되었나
벗도 형제도 님도 멀리 떠나고

허나, 그리 슬퍼 말라
달도 가고 구름도 흩어지나
하늘 끝 어딘가 바람은 기억하리라

그대 한때 피던 봄꽃
그 손끝 스치던 햇살 조각도
다시 돌아 흙 속에 새싹 틔우리니

남은 이들의 발걸음 위에
그대 조용한 숨결 머무를지니
소슬한 대숲도 이를 아노라

산자여, 잠시 머무르라
삶이란 본디 덧없고 허망하니
한 생의 그림자 앞에 머리 숙이라

외로운 마지막 길에
천천히 내리는 저 빗방울도
마음 깊이 속삭이네... 살아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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