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그 방엔 아직...
daepodong918
2025. 6. 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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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 다시 들어선 건
어머니가 떠나고 몇 달 후였다.
문을 여니 먼지 냄새가 먼저 달려들었다.
익숙하지만 오래된,
무릎을 꿇게 하는 냄새.
마루는 텅 비었고,
부엌의 양은냄비엔 거미줄이 살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구석 천장에
메주 두 덩이가
아직도 매달려 있었다.
누가 걸어두고 갔을까.
언제부터 있었을까.
말라붙은 색이
기억과 닮아 있었다.
갈라진 겉면,
그 틈마다
누군가의 손길이 스며 있었다.
나는 그 방의 온기를 기억한다.
겨울에도 따뜻하던 구들장,
항상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찼던 공기.
어머니는
콩을 삶고, 식히고,
밤늦도록 메주를 빚었다.
나는 그 옆에서 졸고,
메주는 천장 아래에서 익어갔다.
한 번도 ‘맛있다’고 말한 적 없지만
그 장으로 지은 된장국은
늘 두 그릇씩 비워졌다.
소금보다 짠
그 손의 무게를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그날 나는
말라붙은 메주를 손에 쥐어보았다.
그건 콩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어머니가 남긴
가장 오래된 문장.
그날 나는
그 메주를 버리지 못했다.
텅 빈 집 안에서
아직도 무언가
익어가는 것 같아서.
말이 없는 물건이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그 메주가 그랬다.
“괜찮다.”
“천천히 와도 된다.”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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